라라랜드 신비로운 사랑, 그리고 음악이야기

    알쓸신잡/시네마천국 / / 2020. 6. 2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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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라랜드 사랑 그리고 음악

    <위대한 개츠비>라는 작품의 제목을 아마 누구든 어디선가 한 번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 소설 한 편으로 20년대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위대한 개츠비> 이외에도 다른 몇 편의 장편 소설과 수 없이 많은 단편을 남긴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재즈 시대의 야망과 사랑이었습니다.

    그에게 한 기자가 "당신은 왜 사랑 이야기만 쓰나?"라고 묻자, 그는 그냥 그게 자기가 할 일의 전부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마치 그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듯, <분별 있는 일>이라는 단편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소설을 끝맺습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사랑이 있건만 똑같은 사랑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사랑은 인간에게 중요한 사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서로 사랑해 왔고,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인간의 감정을 재료로 하는 예술작품의 단골 소재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사랑은 모두 모습이 제가각입니다.

    그런 만큼 사랑 이야기들은 이야기마다 색깔이 다 다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모두를 매혹시켰는데요 영화 라라랜드를 소개합니다.


    '꿈의나라' 라라랜드란?

    로스앤젤레스의 별명이기도 한 '라라랜드'는 꿈의 나라, 비현실적인 세계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할리우드가 위치한 로스앤젤렐스의 별칭이 '비현실적인 세계'라는 것은 영화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러나 '비현실적 세계'라는 제목과 달리 현실 세계에서 '라라랜드'는 엄청난 성공을 거둡니다.

    2017년 1월 개최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음악상,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되었고 노미네이트 된 전 부분에서 상을 거머쥐었습니다.


    LA 'L,A.' Land

    영화의 배경은 미국의 LA.

    미아(엠마스톤)는 무명 배우이자 커피숍 웨이트리스, 셉(라이언 고슬링)은 무명의 재즈 피아니스트 입니다.

    한 식당에서 라이브 피아노 연주를 하던 셉은, 유난히 심술궂은 매니저의 '크리스마스 노래만 연주해'라는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노래를 한 곡 연주합니다.

     한편, 파티가 끝나고 공허한 마음으로 이리저리 헤매던 미아는 그 음악 소리에 이끌려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미아는 그의 연주에 매료되는데요 연주가 끝나고, 매니저는 손가락질로 셉을 부릅니다. 그리고는 그를 해고해버립니다.

     

    셉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의 마음을 돌리려고 시도해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성난 얼굴로 뒤돌아서서 걸어가는 그에게 미아는 다가가서는 "연주 잘 들었어요"라는 말을 건네려고 하지만 셉은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를 어깨로 툭 치고는 그냥 지나가 버립니다.

     봄이 되고, 풀 파티에 참석한 미아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하우스 밴드가 공연하는 쪽으로 걸어갑니다.

    그들은 A-HA의 테아크 온 미를 연주하고 있는데요 무대를 유심히 보던 미아는, 그 속에서 익숙한 얼굴을 하나 발견합니다. 셉이 우스꽝스러운 복장으로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키타(기타+키보드)를 치고 있었던 것인데요 그렇게 그들은 다시 마주칩니다.

     

     우연한 기회에 만난 그들은, 서로를 점점 알아가게 되는데요 그들은 모든 면에서 달라 보입니다. 미아는 재즈를 싫어하고, 하지만 셉에게는 재즈는 삶입니다.

    사람들에게는 사랑받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미아와 달리 셉은 그런 것에는 관심조차 없어 보입니다.

    첫 만남부터 유쾌하지 않았던 그들은 계속 서로에게 틱틱거리는데 하지만 그들을 잇는 하나의 끈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 둘 모두가 삶만큼 커다란 꿈을 가지고 있고, 간절하게 그것을 쫓고 있으며, 무엇보다 방황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감독의 재즈 사랑

    재즈는 영화 전체를 관통합니다. 감독 데이미언 셔젤의 전작은 <위플래쉬92014)>였습니다.

    그 작품에서 드러난 재즈 사랑은 '라라랜드'까지 어어졌습니다.

    물론 둘은 다른 장르의 이야기이지만, 카메라가 재즈 뮤지션들을 담는 방식, 그리고 음악에 맞추어 영화가 흘러가는 방시깅 서로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셔젤의 아버지는 엄청난 재즈 애호가였고, 자연스럽게 재즈를 좋아하게 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재즈를 듣고, 드럼을 치며 자랐다고 합니다.

    종종 인터뷰에서 재즈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는 그를 보면, 마치 그의 영화 캐릭터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영화 초반부, 재즈를 싫어한다는 미아의 말에 셉은 거의 경기를 일으키며 그녀를 재즈 바로 데려갑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재즈 공연을 관람하는 미아에게 셉은 몸의 모든 기를 다 짜내는 듯한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재즈는 그냥 듣는 음악이 아니에요. 얼마나 치열한 대결인지 직접 봐야 돼요. 저들을 보세요. 저 색소폰 연주자요. 방금 곡을 가로채서 멋대로 가지고 놀아요. 다들 새로 작곡하고, 편곡하고, 쓰면서, 선율까지 들려주죠. 이젠 또 트럼펫이 할 말이 있구뇽. 서로 충돌했다가 다시 타협하고 그냥... 매번 새로워요. 매일 밤이 초연이에요. 진짜 기가 막혀요."

    뮤지컬 영화인 만큼 영화엔 시종일관 음악이 등장하고, 배우들은 걷다가도 , 대화를 나누다가도 냅다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이런 유의 영화는 마치 캐리커처처럼 현실을 자연스레 과장하기 마련입니다. 이것은 자신이 보고 있는 거싱 픽션임을 관객들에게 분명하게 인지시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러면서도 이야기의 진정성을 보존하는 것입니다.

     

    <라라랜드>는 이 부분에서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피아노 선율이 바뀔 때, 미아와 셉이 솔로로 노래를 부를 때, 조명이 서서리 잦아들고 오직 캐릭터에게만 빛이 떨어지는 과정이 몹시 자연스러웠습니다.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거의 숨을 죽이고 몰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색이 아름다운 영화였으며 유독 파란빛과 보랏빛이 많이 등장합니다. 호수를 배경으로 깔린 하늘, 해질녘의 골목길, 저녁 어스름 아래로 빛나는 도시의 불빛 등 감탄을 자아낼 만큼 아름다운 색감의 배경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미아와 셉이 천체전망대에서 춤을 추다가 내던진 손수건이 공중을 배회하는 것을 보고 별하늘로 날아가는 장면은, <Singing in the rain>과 같은 옛날 MGM영화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50년대의 작품들이 현대의 기술과 색깔을 만난 느낌인데 그래픽은 엄청 현대직이었지만 그래서인지 어딘가 아날로그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후에 감독은 인터뷰에서 클랙식 영화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한 편의 멋진 동화

    사랑과 꿈에 관련된 이야기는 <라라랜드> 이전에도 분명 수없이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느 좋은 영화들이 그렇듯, '라라랜드'는 클리셰와 공식을 따르면서도 자신만의 아우라를 풍깁니다.

    영화에 오리지널리티와 독자적인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은 당연히 스토리뿐만이 아닌데요 스토리에 못지않게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방식, 그리고 무엇보다 캐릭터가 중요합니다. 

    무엇이라고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라라랜드>에는 분명 <라라랜드>만의 무언가가 숨어 있습니다.

     이미 <크레이지, 스튜피드, 러브(2011)>에서 호흡을 맞춘 두 배우,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의 호흡은 거의 완벽했습니다.  낭만적이고, 때로는 멜랑콜리한 실버스크린 위의 세상에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살아있는 무언가와 마주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영화가 끝났을 때 마음에 남았던 약간의 공허함이 그것을 반증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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