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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의 섬 제주

     

    제주는 독특한 문화와 천혜의 풍광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색다름을 선사하는 곳입니다.
    섬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할 정도로 곳곳이 명소인데요 오늘은 여행 명소가 아닌 '제주의 신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신들의 고향 제주

    제주도는 섬인 탓에 우리 신화가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1만8천 신들이 고향으로 불리는 제주는 수많은 신과 관련한 재미있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하나가 '신구간'입니다.

    신구간은 24절기 중 대한(大寒)후 5일째부터 입춘(立春)이 되기 3일 전까지 일주일 동안을 이르는데, 제주도에는 '신구간'이라 하면 육지의 손 없는 날 같이 이사철을 말하기도 합니다.

    예로부터 제주도 사람들은 신구간을 신관과 구관이 교체하는 기간이라고 믿어왔는데요 1만 8천의 수많은 제주 신들이 임무를 교체하는 시기이므로 제주도 민간에서는 지상에 신령이 없는 이 기간에 이사나 집수리 등 집안 손질을 하면 동티(신들의 노했을 때 인간이 받는 재앙)가 나지 않는다고 믿어왔던 것입니다.
    요즘엔 예전만큼 신구간 풍습을 따르진 않지만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제주도민들 대부분이 일부러 이 기간을 택해 이사를 했다고 합니다.

    척박한 제주 섬에서 생활하던 제주도민들이 믿을 데라곤 토속신 밖에 없었는데요 그리고 의식주 중에 가장 중요한 집을 옮기거나 수리하는 일은 함부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가족에게 나쁜 일이 생길까 우려하는 마음에서였다고 합니다.


    설문대 할망 제주도를 만들다

    제주신화에는 제주를 창조한 여신 '설문대 할망' 이야기가 있습니다.
    '할망'은 제주 방언으로 할머니를 뜻하는데요 설문대 할망 이야기는 전해 내려오는 것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인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주 먼 옛날 세상이 검은 혼돈일 때 어디선가 설문대 할망이 왔다.
    할망은 몸집이 아주 커 제주도 앞바다도 겨우 무릎에 올 정도였다.
    할망이 치마폭에 흙을 담아 마음에 드는 곳에 내려놓으면 제주도의 산과 들, 기암괴석이 되었다.
    하루는 설문대 할망이 제주 사람들을 모아놓고 자기에게 명주로 된 속옷을 만들어 주면 육지까지 다리를 놓겠다고 한다.
    제주 사람들은 명주를 모두 모아 속옷을 만들지만 명주가 모자라 완성시키지 못했고 제주와 육지 사이에 다리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결국 제주는 육지와 떨어진 '섬'이 되어 육지와는 다른 특색과 전통을 지킬 수 있었다.

    탐라신화공원의 설문대할망 조각상


    '메밀'이 강원도?제주도!

    '메밀'하면 많은 이들이 강원도를 떠올릴 것입니다.
    아마도 1930년대 강원도 봉평 일대를 떠돌아다니며 물건을 팔던 장돌뱅이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때문일 것인데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최대의 메밀 주산지는 다름 아닌 제주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제주도에는 메밀과 관련된 이야기를 지닌 농경신이 있습니다.
    바로'자청비'인데요 자청비 신화는 아름다움과 지혜를 겸비한 자청비가 우여곡절 끝에 하늘나라 대신(大臣)의 아들 문도령과 혼인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천상에서 오곡을 가지고 지상으로 내려오는 것으로 마무리되는데, 이에 연유하여 자청비는 곡식의 신이 됩니다.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자청비가 곡식 종자를 받아올 때 메밀씨를 깜빡 잊고 안 가져와서 뒤에 다시 올라가 받아오는데, 이 때문에 메밀은 다른 곡물보다 파종 시기가 늦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탐라신화공원의 자청비 조각상

     


    제주 신화의 특징

    제주도의 많은 신화가 가진 순기능은 '인간의 근원적 이야기'로 육지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소재를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건국신화를 제외하면 신화적 이야기가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제주신화가 더욱 돋보이는데요 제주의 신화는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규칙에 의해서 움직이는지에 대한 서사구조로 전해져 왔습니다.


    제주, 오늘날도 신과 함께

    삶이 어려울수록 인간은 무엇인가에 기대고자 하는 심리가 커지는데요 제주에는 수많은 신들의 보살핌으로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자 했던 주민들의 간절함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이는 제주 마을 곳곳에 있는 신당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신을 대하는 태도는 살아있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집안의 웃어른에게 절을 올리듯 신들에게도 똑같이 절을 올리는 것입니다.
    신에게 울리는 절이기에 한 해의 무사안녕과 가족 구성원의 복을 기원한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차롱(대나무로 만든 바구니)에 정성껏 만든 음식을 담아 제단에 진설하고 절하는 신당 의례는 고대의 토속신앙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본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제주만의 독특한 자신입니다.
    제주의 민속신앙은 과거의 얘기가 아닌 현재 진행형인데요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제주의 문화 또한 소중하게 여겨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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