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적 닭의 모습 진정한 치느님 닭에 얽힌 이야기

    지대넓얕/혜윰 / / 2020. 4. 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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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네 선조들은 닭이 우는 소리와 함께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미명, 닭은 제 목소리를 높여 아침을 밝히는데요,

    후한서의 동이열전,삼국지의 동이전에 닭에 대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 민족과 닭의 공존은 고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함께했던 그 오랜 시간만큼 닭은 우리의 역사와 생활 속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그 중 하나는 상서롭고 신통력을 지닌 길조로서의 모습입니다.

     

    닭이 울면 귀신이 도망간다는 얘기나, 새해가 되면 닭을 그린 세화(조선 시대 새해를 축하는 뜻으로 대궐 안에서 만들어 임금이 신하에게 내려 주던 그림)를 벽장이나 대문에 붙이는 풍습에서 닭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요 개항 이후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책의 표지에 닭 그림을 사용했다고 하니 닭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네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던 존재였던 것입니다.

     

    좌 쌍계도 우 계명도


    진정한 치느님

    집에서 기르는 짐승 중 가장 몸집이 작으면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닭은 힘들고 못살았던 시절 닭 한 마리만 있으면 남부러워할 것 이 없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닭장 문을 열면 떡하니 놓여 있는 달걀은 주린 배를 달래줄 고마운 먹거리였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도 치킨마니아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면서 '치느님'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닭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 가까이에서 먹거리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단지 먹거리로만 우리에게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데요 조선 후기 하달홍(1809~1877)은 촉계설 에서 한시외전의 고사를 인용해 "닭은 머리에 관(볏)을 썻으니 문(文 글월 문), 발톱으로 공격하니 무(武 굳셀 무), 적을 보면 싸우니 용(勇 날랠 용), 먹을 것을 보면 서로 부르니 인(仁어질 인), 어김없이 때를 맞춰 우니 신(信믿을 신)"이라 했는데요 사람으로 치면 군자의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는 모습입니다. 괜히 치느님이라 부르는게 아니였건 것입니다.

     

    닭은 유독 빛에 민감합니다.

    뇌 속 뇌하수체 전엽에 존재하는 송과체로 인해 눈이나 피부로 들어오는 빛을 직접 흡수하기 때문인데요 내분비기관인 송과체는 생체 내 생리작용을 조절하고 혈액 내 농도가 하루 중 새벽에 가장 높아 생리적으로 시각을 인신합니다.

    어둠을 물리치고 빛이 밝아오는 것을 말 그대로 본능적으로 알아채는 '너무도 예민한 닭'은 그래서 이른 새벽부터 그렇게도 목 놓아 울었나 봅니다.

     

    십이지 신장 닭 신 미기라 대장


    닭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

    닭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가 있는데요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충청도 은진현에서 암탉이 변해 수탉이 되었다", "충정도 연기현의 백성 백춘희의 집에서 기르는 암탉이 두 해 동안 알을 품어 병아리를 깠는데, 올해에는 수탉으로 변하여 깃털의 모양과 빛이 바로 수탉과 같았다" 등의 믿기 어려운 내용도 기록이 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난소 퇴화로 인한 호르몬 변화, 사육환경 변화, 유전적 요인 등이 변화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홍수나 가뭄, 지진이나 해일 등의 천재지변이나 일식, 월식, 혜성 혹은 신기한 동식물의 출현과 같은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일들에 대한 당시의 부정적 인식을 감안한다면 '암탉이 변해 수탉이 되었다"는 소문에 대한 기록을 문자 그대로만 받아들이기엔 무언가 부족함이 있어 보입니다.

     

    또한 '삼국유사'에 나오는 박혁거세와 김알지 신화를 보면 박혁거세의 왕비인 알영 부인은 계룡의 겨드랑이에서 태어났고, 입은 닭은 부리를 닮았다고 하는데요 또한 황금 퀘안에서 나온 김알지는 하얀 닭이 그의 탄생을 알렸다고 하며 임금이나 왕후의 탄생을 알리는 상서로운 임무를 맡은 닭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삼국유사 김알지 탈해왕대>

    "호공이 밤에 월성 서리를 가다가 큰 광명이 시림속에서 나타남을 보았다. 자색 구름이 하늘에서 땅에 뻗치었는데 구름 가운데 황금 궤가 나무 끝에 걸려 있고 그 빛이 퀘에서 나오며 또한 흰 닭이 나무 밑에서 우는지라. 이것을 왕에게 아뢰었다. 신하 김씨는 알지에서 시작되었다."

     

    한편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꾼 꿈은 그가 임금이 될 것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어서 흥미로운데요 

    닭이 울고, 꽃이 지며, 무너지는 집에서 서까래 세 개를 훔펴 지게에 짊어지고 나오는 꿈에 대한 해석은 이렇습니다.

    "닭이 울면서 내는 꼬끼오(꼬끼오를 글자로 쓰면 고기위(高貴位) 또는 고귀유(高貴有)라고 쓰니 장차 높고 귀한 자리에 앉게 된다는 뜻입니다. )는 고귀하다와 같은 음이기에 고귀한 일이 있을 징조다. 꽃이 지면 곧 열매가 맺힐 것이니 좋은 의미다. 사람이 서까래 세 개를 짊어지면 임금 왕(王)자가 된다. 곧 임금이 될 꿈이다."


    닭은 성서에서도 구원자를 암시하고 있는데요 동양에서도 닭은 왕을 상징하는 것을 보니 '닭대가리'라는 소리를 들었던 닭들을 보니 속단하고 판단하여 생겨난 오해와 편견들.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관념들로 인해 이면의 참 모습을 보지 못하는 일들을 우리들의 모습을 반성하라는게 아닐까요?  편견을 버리고 이면에 감추어진 실체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덕 있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길조어와 속담

    • 닭이 감나무에 올라가면 재수가 좋다.
    • 닭이 항상 나무 밑에 있으면 그 집안에서 벼슬할 사람이 나온다.
    • 닭이 쌍알을 낳으면 집안이 흥한다.
    • 꿈에 달걀 깨진 것을 보면 속 시원한 일이나 돈이 생긴다.
    • 꿈에 달걀이 크게 보이면 수명이 길다.
    • 알 품은 닭이 삵을 친다.(부모가 자식을 위해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상대에게도 대든다.)
    • 쌀고리에 닭이다.(갑자기 먹을 것이 많고 복 많은 처지에 놓인다.)
    • 구시월 닭이다.(먹이가 흔할 때의 닭처럼 먹을 복이 많다.)
    • 봄 닭디는 자식이 흥왕한다.(닭띠로서 봄에 나면 자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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