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여행 홀로 떠나는 대나무숲 메타세콰이어 사이로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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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녹원, 죽향문화체험마을

    담양 대나무 숲 입구에서부터 시작된 대나무 들의 행렬은 길 저편으로 구부러져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울창한 이파리만큼이나 무성한 그림자 사이로 길 잃은 햇빛 몇 조각이 떠다닙니다.

    마음에 인 박힌 도시의 소음은 그 사이에 묻혀 버리고, 길에는 오직 고요만이 머뭅니다.

    가볍게 발을 내딛자 우수수수-쏴아아 아~ 바람결을 따라 대나무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여행의 첫걸음이 머문 곳은 담양을 대표하는 여행지인 죽녹원입니다.

    죽녹원은 2003년 조성된 대나무 숲으로 약 31만㎡에 이르는 넓은 면적을 자랑합니다.

    대나무들은 가볍게 산택을 하며 나란히 걸으면 좋을 정도의 야트 막 한 높이인데요 죽녹원 하나에도 무려 8개의 길이 존재합니다.

     

    친구랑 같이 걷는 '죽마고우길', 한 번 걸으면 한 해의 좋은 운세를 10년으로 늘릴 수 있다는 '운수대통길', 혼자 여행 온 솔로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 '사랑이 변치 않는 길' 등 죽녹원은 다양한 이름으로 여행객을 맞습니다.

    산책로 중간중간에는 벤치와 정자가 있어 쉬엄쉬엄 걷기에 그만입니다.

     

    길을 자연스레 따라가다 보면 죽녹원 뒤편에 위치한 죽향 문화체험마을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유명 한옥과 정자가 세워진 대규모 한옥 마을로, 길을 따라 늘어진 한옥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현재 관광객들을 위해 한옥 민박을 운영하고 있네요.

     

    죽향문화체험마을은 가로질러 쭉 걷다 보면 또 다른 입구에 도착합니다.

    죽향문화 체험마을은 죽녹원과 이어져 있긴 하지만 두 곳 모두 별도의 매표소가 있습니다.

    죽향문화체험마을 입구에서 메타세콰이어 길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그래서 죽녹원을 둘러본 다음 죽향문화체험마을을 통과해 바로 메타세콰이어 길로 접어드는 관광객들도 많습니다.

    두 다리의 튼튼함을 자부한다면 힘차게 이곳까지 걸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대나무 숲 미술관 대담

    죽녹원을 뒤로하고 강을 따라 걷다 보면 강 수면에 부딪혀 반짝이는 햇살을 따라 걷다 보면 조금은 독특한 건물이 눈길을 끄는데요 마치 거대한 상자 두 개를 포개 놓은 것 같은 건물 입구에는 '대담 미술관'이라는 심상치 않은 글귀가 빛납니다.

    이런 곳에 웬 미술관인가 싶어 호기심을 품고 문을 열자 은은한 커피 향이 밀려옵니다.

    전신을 휘감는 그윽한 커피 향에 취하는 것도 잠시, 곳곳에 물들인 독특한 감성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대담'은 이미 카페로 명성이 났지만, 사실 카페보다 아트센터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물론 대담 안에서는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를 맛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대담이라는 공간은 카페라는 이름으로만 인식하기에는 무언가 표현의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카페 뒷문을 통해 바깥으로 나가자 대담의 진면목이 한눈에 들어오는데요 건물 뒤편으로 무심코 지나친다면 발견하지 못할 숨겨진 공간이 있었습니다.

    지난날에는 벽을 맞대고 옹기종기 모여 살았을 집들이 예술작품이자 전시장으로 탈바꿈한 모습입니다.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마을의 한 귀퉁이를 거닐고 있는 것 같은 기묘한 착각까지 듭니다.

     


    50년을 지킨 진우네 집 국수

    대담을 둘러보고 다시 걸음을 옮길 때쯤 되면 시장기가 돕니다.

    즐거운 여행에 맛있는 음식이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인데요 죽녹원 앞 강변에는 유명한 국숫집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진우네 국수". 

    이 국숫집은 담양에 터를 잡고 장사를 해온 지 무려 50년이나 된다고 합니다.

    반백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랑받아온 진우네 집은 이제는 담양에 가면 꼭 들려야 하는 맛집으로 소문이 났습니다.

    죽녹원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있는 국수거리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주메뉴는 매콤한 비빔국수와 칼칼한 국물이 일품인 멸치국수 , 또 온갖 한약재와 함께 푹 삶아낸 약 계란입니다.

    국수의 면은 소면보다 두껍지만 질기지 않아 부드럽습니다.

    약계란 역시 한약재 특유의 깊은 향이 겹쳐져 한 결 고소한 맛으로 여행객의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풍경

    죽녹원 앞을 흐르는 강을 따라 길은 곧게 뻗어 있습니다.

    이 길은 가볍게 걸을 만한 순박한 길이지만, 그 안에 품은 역사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관방제림'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거리에는 조선 인조 때 수해를 방지하기 위해 심긴 나무들이 아름드리나무로 자라나 울창하게 우거져 있습니다.

     

    가로수 길목 끝에 이르러 도로 하나를 가로지르면, 바야흐로 메타세콰이어 길 입구에 도착합니다.

    탁 트인 입구 양 옆으로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이 세월의 잔상을 그리며 줄줄이 늘어서 있는데요 길을 따라 걷자 진한 나무향이 코끝을 스칩니다.

     

    한겨울에도 그 빛을 잃지 않는다는 초록 잎은 말없이 하늘을 끌어안은 채 여행객을 맞습니다.

    메타세콰이어 길을 따라 걸으면 삼림욕장 안에 들어선 것처럼 신선한 공기가 느껴집니다.

    길 양 옆으로 끊임없이 늘어선 나무들을 바라보며 걷다 보면 수채화처럼 눈가에 싱그러운 초록빛이 번지는데요 서둘러 걷는 것보다 천천히 숨을 고르며 느리게 걷는 것이 더 잘 어울리는 푹신한 길입니다.


    수북해서 수북회관이 아닙니다.

    담양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수북회관의 '꿀꿀 갈비'가 그것입니다.

    꿀꿀 갈비를 맛보기 위해 담양터미널에서 수북면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는 여행객들도 있는데요 수북면은 담양 신에서 멀지 않아 자가용을 이용하면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 차량 없이도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면 10분 정도의 거리이니 주저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북면에 내려서 조금만 걸으면 수북회관이 보입니다.

    꿀꿀 갈비는 직접 구워 먹는 게 아니라, 이미 구워진 채로 갈비가 상에 오르는데요 고기 표면에 수북회관의 특제 양념이 얇게 배어 있어 윤기가 좔좔 흐릅니다.

    밑반찬은 평범하지만 한 접시에 가득 나오는 고기의 양은 실로 푸짐한데요 혹자는 이 광경을 보고 갈비를 수북하게 얹어줘서 수북회관이냐고 묻지만, 수북회관은 어디까지나 수북면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고 합니다.

     


    창의성과 예술성 한국대나무박물관

    담양터미널에서 나와 동산병원 쪽으로 걸으면 저 멀리 '한국대나무박물관'이라는 글귀가 보입니다.

    한국대나무박물관은 담양의 대나무 문화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인데요 테마별로 나뉜 전시공간에서는 담양의 죽공예 역사와 문화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박물관 안을 관람하다 보면 우리 민족이 얼마나 대나무를 사랑했는지 새삼 깨닫는데요 전시실에는 죽세공품 경진대회에서 상을 수상한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하나 같이 창의성과 예술성이 뛰어난데요 대나무 박물관은 그 주변이 하나의 공원처 럼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을 위한 소풍 장소로도 인기가 많은 곳입니다.


    백 년의 시간을 견딘 하심당 게스트하우스

    담양 창평면에 위치한 '하심당' 게스트 하우스는 무려 150년이 넘은 고택을 게스트 하우스로 개조한 곳입니다.

    마음을(心) 내려놓고(下) 머무는 곳(堂)이라는 그 의미처럼 고즈넉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하심당을 찾는 이들이라면 다실에서 준비된 차를 얼마든지 맛볼 수 있는데요 뽕잎차, 연근차, 삼합 차 등 차들 대부분은 하심당에서 유기농으로 직접 재배한 것이라고 합니다.

    숙박객이 아닐 경우 차를 마시려면 차값을 지불해야 하지만 숙박객은 무료라고 하네요.

     

    차를 조용히 마시고 있으면 잊고 있던 피로가 고개를 내밀 것입니다.

    바쁘게 돌아다닌 하루라서 졸음이 몰려올 텐데요 다실을 빠져나와 마당으로 향하다 보면 영롱하게 빛나는 별무리가 시야에 들어올 것입니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밤하늘,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을 줄 전혀 몰랐을 것입니다.

     

    하심당은 흔히 휴식과 치유의 숙박처로 불립니다.

    일상에 쫓겨 몸도 마음도 잠시 쉬고 싶을 때 한옥의 품을 찾은 이들은 그 포근함에 감탄하고야 마는데요 하심당에는 백 년이라는 시간을 견뎌온 한옥만이 간직할 수 있는 차분함과 고요함이 존재합니다.

    무늬만 한옥으로 개조한 한옥민박이 아닌 진짜 한옥에서 잠들고 싶다면 하심당의 문을 두드려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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